오늘 둘째 아이의 학예회가 있어 출근을 미루고 초등학교에 들렀다. 마지막이니 꼭 와달라 녀석의 강청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큰애가 중학교 간 이후로 학교에 간적이 없으니.
둘째 녀석은 그간 갈고닦은 동영상 편집과 PPT로 두개의 작품을 냈고 방송국 PD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PPT나 동영상 편집에서 내가 배운 기능도 몇 된다. 화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엔딩 크레딧에 편집으로 들어가는 이 녀석의 편집실력은 가히 피디급이라 할 수 있겠다. 인정? 어 인정이다.
오늘 마지막 순서는 합창으로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불렀다.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이런 말로 엄마와 대화하기엔 아직은 어린 초등학교 6학년들의 풋풋한, 엇박자를 내는, 고개 숙이며 가사를 읽어대는 평범한 곡조였다.
1절이 끝나갈 무렵, 이들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곤, 그 험한 풍파 뚫고 나갈 이들의 앞길을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 얘들아, 너희들 앞엔 가시밭길밖에 없구나... 그런 세상을 아직도 잘 모른다며 무미건조하게 옮조리는 너희들의 표정이 나를 더 마음 아프게 하는구나. 그러나 즐겁게 지내려무나. 삶이 너희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고, 헬조선에 태어나 고군분투하는 것에 좌절하지 말고, 그저 그렇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러서는 불확실한 이들의 미래를 위해 속으로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그 "다음 세대"아닌가 생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