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1, 2013

여섯 단어 비망록 (Six word memoir)

영어교육자인 지인의 페북에서 힌트를 얻어, 3학년 대상의 <화학교육론> 시간에 여섯 단어 비망록으로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첫 시간에 오리엔테이션 하면서 취지에 대해 소개해 주고, 내 비망록 몇 개를 예로 보여주었다.

  • 나는 / 세상을 / 즐겁게 / 보려고 / 항상 / 노력한다
  • 한 아내의 / 남편이자 / 두 아이의 / 아빠 / 따뜻한 / 도시남
  • 아침에 / 우리집은 / 전쟁터 / 밥먹이고 / 씻기고 / 출근한다
  • 과학을 / 좋아하고 / 문학도 / 사랑하는 / 이상한 / 남자
  • 수업중 / 웃기려고 / 이런저런 / 애기하지만 / 학생들은 / 멍~


용지를 나눠주고 채워보도록 했다. 재밌겟다는 반응과 달리, 실제로 빈칸을 채우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같아 다음 시간까지 숙제로 내주고 다른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다음 시간에 학생들이 가져온 종이를 실물 화상기 위에 올려 놓고 누구의 비망록인지 맞춰보도록 하였다. 전 시간에 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이름이 적힌 종이가 있었는데, 이것들은 제외하였다.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누구일까 맞추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다만 학생들이 조금은 진지하게 임해주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망록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 대해 알게되는 정보는 가족 관계(4남1녀), 부모님의 직업(횟집 딸), 아르바이트 종류, 진로 계획(벤츠타는 교사) 등 피상적인 정보에서부터 깊이 있는 나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글씨체"가 동기들에게 많이 알려진 학생은 내용에 관계없이 누구인지 금방 들통난다는 것.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해 본다.


  1. 나는 / 아직 / 젊고 / 내 / 장기는 / 살아있네! (사 사 사 사 살아있네 살아있어!)
  2. 꿈을 / 꾸는 / 꿈을 / 쫓는 / 꿈을 / 이룰
  3. 책을 / 좋아하고 / 밤새 / 일하는 / 출가한 / 탕아
  4. 취미로 / 학생들을 / 가르치고 / 벤츠로 / 출근하는 / 교사
  5. 거울에 / 비친 / 나는 / 먼저 / 웃지 / 않는다

특히 5)번은 처음 봤을 땐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내가 먼저 웃어야 거울 속의 나도 웃는다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고자 하는 의지가 좋아보였다.

이 활동 역시 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교회 청소년부에서도 얼음을 깨는 데 좋은 활동이 될 것 같다. 활동을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하나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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