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0, 2013

질문으로 나의 정체 맞추기

화학교재연구및지도법 시간에 발문에 대하여 설명한 뒤, 몇 년전 알게 된 질문관련 활동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제목은 이름하여 "나는 누구인가?"

라벨지에 다양한 동물 이름을 프린트하여 학생들의 등에 하나씩 붙여준다. 물론, 자기 등에 붙는 동물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 동물의 이름을 맞추는 것이 활동의 관건이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추기 위해 만나는 사람에게 하나의 진위형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상대방은 "예" 혹은 "아니오"의 답만 할 수 있다. 


라벨지에 인쇄할 파일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호랑이, 토끼, 사자 등 동물의 이름을 넣다가 장난기가 발동하여 상상도 할 수 없는 동물들을 끼워넣었다. 예를 들면, 두루미, 쥐며느리, 개미핥기 같은거다. 여기에 한 수 더하여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을 추가하였고, 초 강수로 집먼지 진드기를 추가했다. 시간 관계상 학생 수에 맞는 30종류를 마련하지 못해 일부는 중복되게 하였다.



가장 먼저 답을 맞춘 친구는 금붕어. 먼저 맞추고도 뒤늦게 보고하는 바람에 정확한 순서라 할 수는 없지만, 그 뒤로 도마뱀, 낙타, 공룡, 타조가 그 뒤를 이었고,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유니콘은 무려 6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을 물었는데 사연이 재미있었다.


  • 날 수 있냐 물으니 누구는 예라했고, 누구는 아니라 했다.
  • 땅에 사는 거냐 물으니 누구는 예, 누구는 아니오라 한다.
  • 하늘에 사는 거냐 물으니 누구는 예, 누구는 아니오라 한다.


이런 걸 두고 점입가경이라 하였나. 유니콘에 대한 인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이 친구는 질문을 하면 할수록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져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6위를 했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같은 이름을 붙이고 있는 다른 친구를 통해 추측했단다. 나의 비장의 무기 집먼지 진드기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유니콘과 달리, 같은 이름을 가진 동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 특이한 동물을 많이 넣으면 어려워지는데, 전체 목록을 보여주면 추측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난 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복기하는 것 또한 흥미진진하다.
  • 효과적인 질문하기를 체험하는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지만, 아이스 브레이킹 활동으로 좋다는 것, 즉 교회 모임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건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 처음 이 활동을 알게 된 것이 어느 외국 대학의 수업을 참관할 때 였는데, 영어 수업에도 잘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간단한 활동이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질 수 있는 심오한 활동이구나. '나'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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