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2, 2015

대프리카의 민망함

지난 주 내내 부산에서 열린 세계순수및응용화학회(IUPAC)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 엄숙한 분위기를 조금은 유하게 만들기 위해 나에 대해 소개하면서 대프리카 얘기를 꺼냈다. 대구에서 제일 대운 곳에서 왔는데, 사람들이 대프리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고, 올 여름 회자된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발표가 이어졌고, 질의응답까지 포함하여 20분이 금새 지나갔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답시고 사용했던 슬라이드

아,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간 쉬는 시간에 앉아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한 외국인이 나를 부른다. (그는 수도권 대학에 있는 외국인 교수였는데, 국적은 알 수 없지만 아랍식 이름과 그 상황을 미루어볼 때 아프리카 출신이었던 듯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렇다). 네가 말한 대프리카 말인데... 어떤 아프리카를 말하는 거니? 아프리카도 남쪽으로 가면 시원한 곳인데... 어떤 아프라카야?라며 농을 건넨다.

순간 아뿔싸, 싶었다. 그래, 아프리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지.대프리카라는 말 한마디에 짜증나는 더위를 실어 보내려했던 우리의 무심함에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또아리 틀고 있었던 것. 농이었지만, 미안함에 횡설수설해가며 너스레를 떨어댔다. 그리곤 잠시의 민망함이 오후 내내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

고정관념이 참 무섭구나. 특히나 이것이 그 대상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라면 더욱더 그러하겠구나.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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