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부산에서 열린 세계순수및응용화학회(IUPAC)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 엄숙한 분위기를 조금은 유하게 만들기 위해 나에 대해 소개하면서 대프리카 얘기를 꺼냈다. 대구에서 제일 대운 곳에서 왔는데, 사람들이 대프리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고, 올 여름 회자된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발표가 이어졌고, 질의응답까지 포함하여 20분이 금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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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답시고 사용했던 슬라이드 |
아,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간 쉬는 시간에 앉아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한 외국인이 나를 부른다. (그는 수도권 대학에 있는 외국인 교수였는데, 국적은 알 수 없지만 아랍식 이름과 그 상황을 미루어볼 때 아프리카 출신이었던 듯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렇다). 네가 말한 대프리카 말인데... 어떤 아프리카를 말하는 거니? 아프리카도 남쪽으로 가면 시원한 곳인데... 어떤 아프라카야?라며 농을 건넨다.
순간 아뿔싸, 싶었다. 그래, 아프리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지.대프리카라는 말 한마디에 짜증나는 더위를 실어 보내려했던 우리의 무심함에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또아리 틀고 있었던 것. 농이었지만, 미안함에 횡설수설해가며 너스레를 떨어댔다. 그리곤 잠시의 민망함이 오후 내내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
고정관념이 참 무섭구나. 특히나 이것이 그 대상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라면 더욱더 그러하겠구나.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